일시 2016. 7. 2.

등반자: (존칭생략) 김한식 교수, 김영배, 강경태, 김동현, 최채운, 김현경

7월 2일 10경 당초 3인의 우정길을 등반하려던 김한식 교수님, 영배형, 경태형, 동현이, 채운이, 그리고 나는 쨍쨍 비추는 햇살 아래 등반목적지를 등지고 토왕골이 아닌 설악산 소공원을 코 앞에 두고 있다. 토왕폭전망대 입구에서 호우주의보를 이유로 한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의 통제에 부딪쳐 벌써 1시간째 퇴각한 것이다. 

어제 장장 3시간여를 폭우를 운전하고 1시간여를 폭우속에 접촉사고 뒤처리를 한 끝에 설악에 온 탓일까 동현이는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의 처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수차례 공단측 사람들과 통화하더니 공단측의 통제를 풀었고 그러자 ‘고우’를 외치는 팀원들의 마음이 들린다. 내가 ‘고우’를 외치니 영배형은 벌써 나는 듯이 앞서가고 있다.

11시 반경 4인의 우정길 초입에 이르니 햇살이 온몸을 익힐 기세다. 등반전 채운이를 앞세워 오를까 잠시 망설였으나 루트파인딩이 용이할 거 같지 않고 출발 시간이 너무 늦다는 생각에 성질 급한 내가 나선다. 준비해간 로프 2동을 모두 묶고 1피치를 올라 동시에 채운이와 김한식 교수님의 확보를 보았으나 너무 서두른다싶어 2피치부터는 로프 1동을 매고 올랐는데 나중에 동현이와 채운이가 알아서 2동을 동시에 매고 올라와 확보를 본다. 도중에 경태형이 허벅지에 쥐가 나 고생하신다. 아무래도 2시간을 헛걸음하다보니 체력에 문제가 생긴 듯 싶다. 4피치를 종료하고 정비도 할 겸 점심시간을 가졌다. 오기 전 승배, 의철의 도움 하에 준비해 간 발열도시락이 맛이 제법이다(다만 무게가 있어 등반 중 먹거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게 영배형 의견이었고 동감이었다).

그리고 영배형이 챙겨오신 블루베리, 포도, 자두를 후식으로 먹는 격식까지 차리고, 다시 5피치에 오르니 크럭스 6피치가 보인다. 저 곳 난이도가 10A라는데 벽이 섰다. 시간은 3시 2시간여를 허방짓을 한 탓에 조원들의 체력이 걱정된다. 이어 올라오신 김한식 교수님 의견도 있고 해서 퇴각을 고려하며 올라오신 경태형에게 몸상태를 여쭈니 “(쥐난 것) 괜찮다. 올라가 보자”신다. 이에 계속 오르기로 하고 10분 넘게 걸어 6피치 앞에 이르니 꼭 6피치를 오르다가 퇴각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경우의 조치를 위해서 내가 맨마지막에 오르는게 낫겠다싶기도 하고 채운이의 등반실력도 볼 겸 채운이에게 “땡기냐”고 물으니 “땡겨요”란다. 캠과 퀵드로를 넘겨주니 채운이가 부드럽게 오르다가 크럭스 부분에서 멈칫거리다 오른다. 그 모습에 불안해 하던 동현이와 교수님도 체력이 저하되어 있던 탓인지 크럭스 부분을 힘겹게 오르고, 이어 경태형이 오르다가 크럭스 시작 무렵 고전하신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배낭을 메고 10A 수직벽은 역시 무리다싶었다. 이에 퇴각하기 시작한 것이 6시경.

5피치 종료지점에서부터 4번에 걸쳐 하강을 했는데, 3번째 하강 직후 로프가 빠지지 않아 주마가 한몫했다. 아니 그 보다 힘 좋으신 교수님 덕에 탈출이 용이했다. 동현이가 한참을 낑낑거려도 빠지지 않던 로프가 교수님이 몇 번 힘쓰자 빠졌으니.....

하강을 마친후 잠시 배낭을 정리한 후 하산 시작, 한 번의 쉼 끝에 9시 조금 넘어 소공원에 도달, 하산을 마쳤다.

다음날 설악골에서 먼저 간 은영이 종호를 만나고 돌아와 월요일 출근하니 여독이 만만치 않다. 하루 종일 법원에 제출할 서류 한건을 작성하지 못하고 비실댔다. 아마도 허방짓에 만만찮은 종주를 한 탓이리라.

그렇지만 어느덧 훌륭한 톱쟁이가 된 채운이, 힘 좋은 교수님, 형들, 후배들의 등반열기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고 이 기억은 오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