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종기*오순도순*** 그들은 한 해가 넘어가는 가을 끝자락을 붙잡으려
새벽에 눈비비고 일어나 이렇게 상봉역 아침 8시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이선배, 저후배 이런사정 저런핑게로 빠지고 나니 오늘 산행인원은 모두 9명.
그리하여 이렇게 오순도순 무릎 맞대고 춘천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호명산.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날 만한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인 깊은 산골은
옛말. 이렇게 코 앞까지 들어와 있는 전철의 현대문명은 왠지 그 이름을
을씨년스럽게 한다. 단지 초반부터 올라치는 깔딱고개가 그 이름의 위용을
대변할 뿐이다. 워밍 업도 없이 올라 치는군! 모두들 말을 잊었다.

고생 끝에 낙이란 말은 어디에도 어울리는 힘의 원동력. 정상을 밟고 나니
얼굴빛들이 펴지고 산중만찬을 겸하니 어느덧 얘기 보따리들이 슬금슬금
튀어 나온다. 산악부 전설이 되어버린 덕호형 무용담, 안전확보도 부실한
암벽등반에서 스립먹고 단체기압 받던 치욕(?), 들어올땐 맘대로
나갈땐 빳다 50대의 탈퇴 태형 등등. 아, 옛날이여!

전설풀이의 중심에 선 세연형, 옆에서 맛장구치는 그들..세현과 재훈,
그리고 처음 듣는 척 놀라는 송여사와 주여사의 깜찍한(?) 연출.
이들의 합작품은 호명산 호랑이 울음소리를 대신하기에 충분한 박장대소,
호쾌상쾌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늦가을 화창한 어느 일요일의 여유로운 능선길 산행.  막장드라마의 여운을
꼽씹으며 걷는 9명의 산꾼들. 틈틈이 튀어나오는 우정어린 농담들로
산행은 그야말로 극치에 이른다.  정신없이 웃어제낀 탓인지 피로도가
쌓일 즈음 오늘의 끝판왕 김교수의 역작이 등장한다.  숨겨놓은 소주와 치즈
그리고 육포의 환상적인 콤비가 이들을 드디어 '뿅' 가게 만든다.

분명히 저 소주가 모자랄텐데..아니나 다를까 잔에 가득 붓고 조금씩
목 축이듯이 돌려 먹는데..명도씨 벌컥벌컥!  여기 저기서 항의가 들어 오고
명도씨 '산악부 사전에 꺽기는 없다'고 우긴다. 근래 절친을
잃은 그에게 측은지심으로 면죄부를 주기로 무언의 합의가 이루어진다.

이어진 이 날의 뒷풀이 얘기는 궁금하시거든 산행에 참가한 9명에게 들으시길 
바라며 산행후기는 여기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여운이 있는 산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