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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폭... 아무런 마음의 준비없이 장수대로 들어가면서 바라본 실폭은,
딱 첫얼음하기 좋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심 저기서 한참이나 늦어진 얼음개시를 바랬지만, 아직 현주형의 전화는 없다. 소승 어프로치구간엔 그래도 눈이 많이 싸여있다.
이정도의 눈에 잡목만 없다면 산악스키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으로 애써 등반에 관한 생각은 접고있는 순간,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검붉은 벽에 붙은 백색의 소승폭이 주는 설램이 참 아이러니하다. 형들은 벌써 등반중이다.
컨디션 난조에 얼음까지 나쁘다던 전날 술자리 브리핑에도 불구하고,
톱으로 거침없이 나가고 있는 현주형의 모습에서,
이제 실폭은 물건너갔고.. 여길 하던지, 시작을 말던지의 기로에 섰다. 소승폭은, 나에겐 경외의 대상이었다.
소싯적 여러등반을 열심히 할 때도, 나로서는 소승만큼은 감히 등반 할 엄두를 못냈다.
근래들어 형들과 후배들의 거침없는 소승등반 소식을 접하면서도,
그저 대단하고 부럽다는 생각으로만 애써 외면했고,
오늘도 그저 써포트라는 그럴듯 한 명목으로 세번째로 소승폭을 마주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1년은, 동네 뒷산에 오르락내리락 한 것 말고는, 릿지도 한 번 못해보고 지나갔다.
얼음은 고사하고, 핏치등반도 한 번 없이 지금 소승을 하겠다고 장비를 차고있는 내가 약간은 뻔뻔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지난 봄에 거금(?)을 들여 야심차게 인공암장을 꾸몄었다.
일명 토왕폭 프로젝트! (개인적으로 꼭 마무리하고 싶었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면서 잘 만들었는데,
합판 올려붙이다가 어깨인대만 망가지고, 몇 번 매달려보지도 못하고 애물단지가 되었다. 어쨓든 중요한 건 준비가 하나도 안됐고, 그러므로 오늘은 형들 등반하는 모습으로 나중을 생각하고...
이게 오늘의 컨셉이었다. 현주형은 아주 편안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두번째 피치를 오르고있다.
언제보아도 소승을 등반하는 모습은 멋지고, 경외롭다.
하늘끝에 매달려 오름짓에 열중인 현주형은 뭔 생각으로 여길 오르는 건지... 형수님이 이걸보면 아마 까무라칠지도 모르지...
나의 오랜 등반파트너(?)인 형의 모습이 새삼스럽다. 역시 코오롱등산학교 대표강사의 역량에 또 한번 경의를 표하고...
나름대로 사진에 담아보려고 이리저리 핸드폰을 돌려보지만, 어째 시원찮다. 현주형의 완료에 이어, 현경이형도 뭐 말이 필요없이 깔끔하게 2피치 등반을 끝낸다.
불세출의 명사 영옥이누나도 두말하면 잔소리...
그리고, 나 또한 어느새 소승중간에 매달려 겁없이 떨어지는 낙수에 온 몸을 적시고 있다, 진짜 아이러니하게도....
뭐 이젠 열심히 찍는 수 밖에... 현경이형의 타이트한 빌레이덕에 난생 처음 소승꼭대기를 신기한 듯 구경하며,
경외의 대상이던 소승폭에 오를 수 있게 도와준 형들에게 속으 진짜 감사했다. 언제나 항상 노익장을 과시하는 우영이형님도 무사히 정상에 오르고,
하강자 정리를 하며, 현주형과의 무전으로 옭매듭으로 연자를 한다.
보수교육의 필요성을 무한히 느끼며, 이제 나 또한 슬슬 '꼰대 아닌 꼰대'가 되어가는건가하는 의구심에 정신이 버쩍든다. 나중을 생각해서 피톤사진 한 장 찍고 하강시작.
하강하면서 보는 소승은 역시나 멋지고, 경외롭고, 장난아니다... 하강후 소주기운과 약간의 성취욕에 말문이 트일 때 까지도,
리드미컬한 등반을 위해 묵묵히 애써주는 기칠형이 또한, 너무도 감사하다.
톱쟁이들은 대부분 자기등반에만 관심을 가지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하강자까지 회수하려 애쓰는 기칠형의 모습에서,
'나도 그 누군가에게 과연 이런 사람인가' 하는 자기성찰의 질문을 던져본다.
운좋게(?)도 이번 16~17시즌에 첫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얼음을 소승폭에 시작했다.
올핸 톱도 한 번 못 서보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또다시 내 마음속에 있는 아마추어 등반가로서의 열정에
작은 불씨가 남아있음을 새삼 확인한 시즌이었다. - 이상 -
등반개요 - 대상지 : 설악산 장수대 소승폭포
- 일 시 : 2017. 02. 07
- 인 원 : 이우영(last), 이영옥(3rd), 김현경(2nd), 남기칠(support), 임현주(top), 이성덕(4th) 이상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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