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MRI결과를 곱씹으며, 막걸리 서너병을 챙겨들고 판대에 도착했다. 계획에 없던 입원이라 장비며 옷이며 아무것도 챙겨오지 못했다.
(무릎연골에 총량의 법칙을 적용하면, 아마도 60보다 이전에 내구한도를 초과할 것이라는...)
영배형님을 비롯해서, 석이형, 창학이형, 현경이형, 기칠형 동현형은 열심히 등반 중이고 나와 명도형님은 막걸리 한잔으로 유유자적(?)모드...
그래도 예의상 한판은 땡길 요량으로 명도형님의 장비를 챙겨들고(차마 안전벨트는 쓰지 못함.)는 염치를 무시하고 형들사이를 삐집고 들어갔다.
동현형은 올시즌 빙벽까지 컴백해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또 한명의 톱클라이머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수는 장비탓을 안 한다지만, 그보단 형님장비를 빌려쓰는 상황이라 일만의 염치탓으로 돌리고 어거지로 감을 잡아본다.(전반적으로 형님들의 장비점검과 세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봄...)
엉겹결에 현경형 장갑을 빌려끼고는, 어느새 사라진 창학이형 뒤를 따라 60미터 좌측 얼음기둥에 붙었다.
창학이형은 빙벽리딩 원년을 맞아 종횡무진하고 있다. 등반대장으로서만이 아닌, 30여년 숨겨둔 발톱을 드러낸 형의 눈빛에서 클라이머로서의 살기(?)를 느꼈진다고나 할까... (여하튼 또 한 명의 톱클라머머가 등장함.)
나름대로의 적응력으로 60m 등반을 마무리하고, 인하대('81) 연수형님과 바통터지 후 클라이밍다운으로 하강완료.
오늘 유난히 형들의 등반열의가 상당하다. 기칠형은 더블로프의 필요성을 몸소 피력하는라 정신없고, 영배형님도 특유의 옐로우캡을 쓰고 분주하다. 석이형도 등반 후 주종목 셰프역할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60m를 끝낸 동현형은 기칠형과 마무리등반으로 그 열정을 피력하고 있다.
등반대장으로써의 짐을 내려놓은 현경형은 홀가분하게 관망자세로 돌입했으나, 그 아쉬움이 컸는지 연장을 버리는 과감함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간 현경형 따라다니며 즐겁게 등반했으며, 앞으로도 쭉 그럴 생각이다...(우리에게 필요한 건 뭐 립서비스 뿐!)
명동형님 덕에 빈몸으로 가서 등반도 하게 되고, 여러모로 신세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봄되기 전에 기필코 패러글라이딩으로 하늘을 난는 맛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하며... 생각보다 늦게까지 등반이 이어지는 바람에 오늘 뒷풀이는 패스하기로 하고, 각자의 행선지에 따라 분빠이되어 오늘 등반을 마감했다.
집에 도착해서 남겨온 막걸리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내 무릎상태를 재확인하며 앞으로의 대책을 강구하는데... 뭐 방법은 없다.
많이 쓰면 많이 닳는 거고, 안쓰면 녹이 쓰는 거고...
